2010. 2. 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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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4 –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기
“우린 지금 Noord로 가는 거야”
생각보다 Noord로 가는 길은 매우 간단했다. 중앙역에 내린 우리는 중앙역 남쪽 게이트로 들어가 북쪽 게이트로 가로질러 나왔다. 커다란 Het Ij강이 보였다. 조금 더 걷자 여러 개의 페리가 보였다. “4척의 배가 있는데 2척은 Noord로 1척은 그 옆 마을로, 나머지 한 척은 저 서쪽 먼 곳 건너편으로 우리를 실어다주지” “근데 이거 공짜야?” “그럼”
마침 한 척의 배가 이쪽에 정박하려 하고 있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무리가 배 안에 있었고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이쪽 무리들에도 있었다. 부다당 부다당 엔진소리를 엉덩이로 깔고 누르며 조급하게 기다리는 라이더들이 숨을 고르고 있었다. 우리는 배 앞쪽으로 갔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페리는 우리를 싣고 출발했다. 나는 헥토르에게 물었다. “그럼 자전거를 타고 Noord로 가려면 이걸 이용하는 거네?” “응, 이 방법뿐이야” 그렇단 말이지, 내 속에서 묘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건너편으로 가 조금 걸었다. 자전거 도로가 당연하다는 듯이 배가 내리는 지점부터 시작되어 강기슭과 타운 한가운데로 죽 뻗어 있었다. 공원지대도 보였다. 우리는 허름한, 매우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Ginger ail과 주스를 시켰다. 그리고 아마 사회의 일곱 가지 영역 중에 교육의 영역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 같고 나는 이 영역 가운데에서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전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우리는 음료를 마시고 호수 옆으로 가 물수제비를 던졌다. 헥토르는 땅에 박힌 돌을 슬리퍼를 신은 발로 찍어 꺼내려다가 슬리퍼 조리가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아마 이 시기 즈음에 내 카메라 Canon 300d도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아쉽게도 자전거 여행의 사진은 한 장도 없다.
아무튼 이날 베이스로 돌아온 이후 나는 얼마 있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요스트의 고급 자전거(프레임이 튼튼한 대신 무거운 파란 자전거였다)를 빌려타고 Noord로 향했다. 자전거를 타고 중앙역 뒤쪽으로 돌아가 페리를 탄다. 그리고 자전거 도로로 무작정 달리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내리자 마자 Noord의 지도 푯말이 있었다. 나는 지도를 확인했다. 아, 이곳에도 풍차가 있고 공원지대가 크다. 일단 나는 시내를 지나 여러 집들이 늘어선 골목을 누비고 나서 공원지대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공원은 조금 더 컸다. 큰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고 공터 안에 문화 체험장 비슷한 것도 있어서 학생들이 들어와 실습을 하는 것이 보였다. 나처럼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이 드물게 있었다. 나는 공원 오른쪽으로 빠져 나와 강가로 뻗은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강가가 끝날 때 즈음 다리가 보였고 Noord의 출발 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달려도 15분에서 20분 정도는 소요되는 것 같았다. 아직 풍차는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네덜란드 할머니에게 근방에 풍차가 있냐고 묻자 15분을 더 달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계속해서 달렸다. 왼쪽에는 나름 커다란 건물이 보였고 오른쪽은 여전히 강가였다. 강가 너머로 공장과 선박들이 보였다.
어느 정도 달리고 나니 풍차가 보였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직선거리로 40분 정도. 돌아갈까 조금 더 나아가볼까. 내 앞길은 계속 미지의 영역이다.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갈증이 났지만 근처에 흔한 Albert-Hein(알버트 하인: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마트)도 없었다. 그래도 무작정 달리기로 했다. 주욱 늘어진 자전거 도로. 그리고 강과 정박해 있는 보트들. 한참을 달렸을까.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전원 풍경이 눈 앞에 열린 것이다. 나는 눈이 휘둥그래져 밭 사이에 조그맣게 나있는 자전거 길 (전용도로는 아니지만 조깅과 자전거 코스로 보였다)로 계속 달렸다. 저 너머에 양의 무리가 보였다. 소도 몇마리 있었다. 내 왼쪽으로는 조그만 수로가 있었고 여전히 보트가 줄지어 정박해있었다. 역시 운하의 나라다. 나는 어느덧 거대한 초원 한가운데에 있었다. 돌아가는 길은 어차피 왔던 길을 되돌아서 가면 되는 거다. 일직선으로 계속 달리다가 길이 두갈래로 나뉘어진다. 계속 일직선 길과 오른쪽 직각으로 꺾는 길이 나무로 만든 조그만 아치형 다리를 기점으로 나뉘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직각으로 꺾어서 가다가 왠지 한번 더 직각으로 꺾이는 길이 나오고 결국에는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그런 구조로 길이 나있을 거란 직감이 들었다. 나는 계속해서 페달을 돌렸다. 저 먼 앞에 양들이 있는 곳으로. 지금은 양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분명 먼 저쪽 양 떼를 보았다. 10분 정도 더 달리자 양 떼가 나타났다. 마침 목동과 함께 있어서 수백마리의 양이 한데 모여 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양을 구경했다. 목동은 나를 보더니 씩 웃고 나무널판으로 된 매우 낡고 허술한 (맘만 먹으면 그냥 열고 들어가 양을 업고 나와도 모르게 생겼다) 문을 닫고 자기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 양들은 목동이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수백의 양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분 여가 지났을까. 녀석들은 흥미를 잃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풀을 뜯기 시작했다. 나는 양들을 보며 예수님을 떠올렸다. 이 세계에는 저렇게 많은 양들이 목자를 기다리고 있겠지. 이 사람이 목자인가? 하고 나 같은 것을 쳐다보고는 아니로군, 하고 식별하고 계속해서 자기의 진짜 주인을 기다리고 있겠지. 다시 자전거를 세우고 나는 가던 길을 향했다. 예상대로 한번 더 꺾어지는 길이 농가와 함께 나왔다. 그리고 나는 이때 처음으로 자전거 국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달려온 국도는 09번이고 17번을 타려면 왼쪽으로 38번을 타려면 오른쪽으로 달려야 한다고 쓰여져 있다. (지금 이 숫자는 기억이 나질 않아 임의로 넣은 것을 밝힌다) 왼쪽 09번 국도를 계속 따라가면… 윗쪽으로 Zaandam 즉 Zaanse-schans(풍차 마을)이 있는 Zaanstad 지방이 있고 거기서 더 주욱 나아가면 Haarlem 도시도 나온다고 지도에 나와있었다. 왠지 내 눈에는 Haarlem이 계속해서 밟혔다. 이 자전거로 계속해서 가면 네다섯시간이면 도착할 것 같았다. 길어야 여섯시간이면 가겠지. 나는 눈에 할렘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집어넣고 있었다. 예쁜 집들과 조그맣게 집앞으로 난 수로 주위에 화분들이 놓여진 아름다운 동네가 할렘으로 가는 첫 문턱이었다. 나는 그 풍경을 마음에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강과 보트, 밭을 지나 (말들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풍차를 지나고 Noord가 끝나는 지점에서 페리를 타고 중앙역에서 내리고, 10분 가량을 더 달려 베이스로 돌아왔다. 이 이후로 나는 아프리카 친구 하본을 데리고 한번 더 이 코스를 달려보았다. 하본은 궁둥이가 아프다고 빨리 집으로 가자고 했다. 물론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움이 컸지만 내 안에는 Haarlem을 향한, 그 미지의 도시로 뻗은 09번 자전거 국도에 대한 아쉬움과 열망의 미열이 계속해서 남아있었다.
- 다음 호에 대망의 자전거 여행 편이 올라옵니다. 그 이후로는 헤이그나 델프트, 유트렛 등의 근교 지역 여행기를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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