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
언제나, 피해자의 가면을 쓰고 있지, 넌.
민주는 이렇게 생각하며 욱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시선에 압박을 느끼는 그를 느끼며,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가 널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압박한다고 생각하겠지.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며 상대방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넌 몰라.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민주는 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오기일까. 집착일까. 미련일까.
언제나 그래왔다는 것을 민주는 새삼 느낀다. 욱은 민주에게서 냉정함만을 찾으려 했고, 그렇게 보았다.
모든 상황이 민주의 냉정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며, 그런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템포가 상대방과 맞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냉정한 상대방을 힐난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래, 그렇다면, 괴롭게 만드는 편이 억울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겠다고, 민주는 생각했다.
-언제부터 소통의 부재를 안고 서로가 자신의 생각에 빠져서 살아가게 됐을까.
멋쩍은 웃음을 날리는 그를, 민주가 쳐다본다.
그는 절대로, 민주에게 둘이서 얘기 좀 하자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마도 홀가분할 것이다, 라고 민주는 생각했다.
이렇게 눌러앉아 있는 행동이 얼마나 그에게 있어, 민주가 눈치없어 보이는지 민주는 알고 있다.
다 알고 있지만,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아, 오기인가.
난 이 사람에게서 뭘 기대하는 것일까.
무엇에 화를 내고 있는 것일까.
'쓰다 만 단편 릴레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릴레이소설을 여기에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4) | 2009.11.13 |
---|---|
릴레이소설 1~10 (0) | 2009.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