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매희

'09 가을의 강원도

2009. 10. 26. 22:25
 너무, 너무, 너무도 가기 싫었던 산.
3년 전의 지리산이 나의 마지막 산행이리라고 굳게 마음먹었건만, 직장인이 그렇지.
상사가 구르라면 구르고, 까라면 까는거지.
솔직히 하루 일 안하는 대신 토요일까지 내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게 아깝기도 했지만, 어쩌겠나.
남의 돈 벌기가 그리 녹록치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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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몸 힘들고 짜증나는 것과는 다르게 오대산의 경치는 감탄할 만 했다.
구룡폭포도, 옆 모습밖에 보지 못한 만물상도, 서울과는 다르게 선명한 붉은 색의 단풍도 나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왕복 도합 2시간 반이 넘는 산행-그것도 운동화 도보-으로 무릎 관절이 쑤시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지만, 내 평생에 몇 번이나 다시 산에 오르겠는가.
지금 마음 같아선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만-인생에 장담이란 없기에.

이 체력 좋은 아저씨들은 아침일찍 일어나셔서 아침을 드시고, 10시도 넘기기 전부터 부산하시더니 10시 반 전에 우리는 숙소에서 벗어났다.
다음 목적지, 한 번 불탔던 낙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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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사를 끝내지 못한 곳도 있고, 뭐.. 새로 지었으니 별 수 없지만 새것의 느낌은 나에게 위화감을 줬다.
말이 좋아 복원이지, 전소된 건물을 복원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그저 복제일 뿐이지.
애쓰신 도편수이하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깎아내리려 하는 말은 아니다.
그저, 잃은 다음의 뒷수습은 배나 힘들지만, 테도 안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켜내지 못했음을, 다른 누가 아니라, 우리의 책임임을 한탄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즉흥적인지..
화가 박수근씨 미술관이 근처에 있다는 이정표를 보자마자 꼭 거기를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관람하는 건 참 좋아하지만..
체력이 저질인 관계로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사원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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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무덤 같은 곳이 1전시관이고, 노출콘크리트 건물이 2전시관이다.
돌무덤 같은 1전시관 아래로는 물이 흐르게 해 놓았는데 이건 운치 좀 있어 보이더라는.
1전시관의 평면이 암모나이트의 나선모양이더라.
2전시관은 관람하지 않고 그냥 갔다.

이번 강원도 행은, 내게 좋은 공기를 호흡하게 해주었지만, 관절통을 주었다.
눈을 호강시켜 주었지만, 관절통을 주었다.
회로 입을 즐겁게 했지만, 관절통을 주었다.

결론? 관절이 아직도 쑤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