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순례기8 - 골목길예술론
허름한 골목길
새초롬한 고백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아메리칸 솔져'를 꿈꿨던가
전봇대 밑둥의 한뼘 흙밭에도 생명은 잉태되는구나
강인함이여
2009.9.1 written by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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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나그네
극성악질범죄가 판치는 요즘 주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의 경우는 CCTV나 패스워드가 걸린 도어락, 전문경비회사 등으로 보호받고 있다. 허름한 주택지구에 살고 있는 골목길 주민들에게 그러한 옵션은 사치려나 가시철조망이나 쇠창살로 창문이나 담벼락을 여미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시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왠지 답답했다. 1명이 겨우 지나갈 듯한 골목길이 비교적 높은 담과 쇠창살 등으로 막혀있으니 왠지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
의외로 골목길에서 날 반기는 손님도 있었는데, 쌍둥이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똑같이 생긴 고양이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모퉁이 은신처에서 나와 가만히 조리개를 바라보았다.
2009.9.4 written by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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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태동에 대해서 고등학교 역사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을 상고하자면 밀로의 비너스상과 더불어 신석기가 blahblah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중후략) 그러면서 빠지지 않는 한마디가 이것이다.
'주술적'
하지만 사실 이건 그럴싸한 추론일 뿐이다.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수많은 어류들
교과서와 역사학자들이 증언하는대로 풍어(豊魚)를 위한 주술적 의미의 예술행위인지, 아니면 동네 장로가 아이들을 모아놓고 어류도감을 그려가며 수렵 및 채집 교육을 시킨건지, 혹은 뒷집 꽃순이를 기다리기 무료했던 동네 청년이 벽에다 낙서한걸수도 있다.
여튼, 퍽퍽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예술행위는 꾸준히 지속됐고 발전해왔다. 그러니 설령 집을 대리석으로 바를 수 없거나 예술적 소양이 부족하다 여겨지는 중에도 스티로폼 화분에 꽃씨를 심고 가꾸어가는 우리네 골목길 사람들의 작품에 양식부재니 부조화니 저급이니 따위의 단어를 갖다 붙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예술의 시작점은 부(富)가 아닌 사람의 내면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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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클럽에 올린 폐허순례기는 블로그로 다 회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