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순례기4 - 유산_流産된 유산_遺産
상가지역의 재건축은 으레 격렬한 생존투쟁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또한 주거지역의 재건축과는 달리 상가지역의 재건축은 그래서 결정권자의 결재 이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재고와 장비, 비품들이 가득 쌓여있어 발디딜 틈을 확보하기조차 쉽지 않은 몇 평 안되는 점포들이 갯바위에 붙어있는 따개비마냥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 작은 점포에서 일하는 어느매는 한 가족의 들숨과 날숨을 책임지지 않고 있던가.
1톤 트럭 운전석에 기대앉아 조용히 담배 한까치를 입에 무는 건어물상 한씨, 사민정책에 의해 간도로 개척나갔던 어느 한 조선 농민의 덧없는 아리랑 한 곡조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반분노, 반반불편, 반반반게으름, 반반반용적초과 등의 이유로 점포 내외에 버려진 잡다한 쒥기들. 물론 건물주는 이사잔류물을 공동쓰레기장 쯤으로 취급하는 양심에 털난 동네 주민들을 향해 일갈한다. '손목조심'
2009.8.22 written by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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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무청을 새끼 등으로 엮어 겨우내 말린 것.<네이버백과사전>
김장을 준비하기위해 배추를 다듬다보면 알게 되지만 모든 배춧잎이 김장김치로 담굴 수 있을만큼 신선한 것은 아니다. 벌레가 파먹었거나 색이 갈색으로 바래진 조금은 너덜거리는 배춧잎과 그다지 싱싱하지 않은 무청(무줄기)를 어머니는 한군데 살뜰히 모아놨다가 햇살 짜릿한 늦가을 무렵에 말려놓곤 했다.
겨우내 식탁의 중앙을 점거한 시래기국은 이렇게 탄생했다. 훌륭하게 발효된 된장과 어우러진 시래기국은 한끼를 책임지기에 꽤나 훌륭한 음식이다
즉, 공식은 이러하다.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로운 총각김치 + 시래기국 = 포만감 + 행복
콘크리트바닥에 펴놓은 배춧잎더미들은 과거의 그 미각을 상기시키는데는 충분했다.
2009.8.24 written by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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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26 written by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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