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작가

폐허순례기1 - 그대 일단 방구석에서 나오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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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빌라 401호
현재 내 주소지이자 가족의 주소지다.
벌써 이곳에 산지가 햇수로 10년째, 방안의 구조나 가구배치는 하등 변함이 없다.
이따금씩 대청소를 할때나 침대를 사주겠다는 어머니의 제안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책장이나 컴퓨터 책상을 요리조리 옮겨보지만 단 한번도 실행에 옮겨보지 못했다.

내 방의 애로사항이라면 정동쪽으로 트인 창문덕에 여름날이면 따가운 햇살에 식은땀을 흘리며 기상해야 된다는 것(커튼을 치면 덥고, 치지 않으면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딜레마인 것이다). 사실, 컴퓨터 책상이 위치해 있는 곳은 원래 베란다였던 곳을 방으로 개조한 곳이기에 겨울나기도 만만치 않다, 바닥에 모포라도 잘 개워놓지 않으면 컴퓨터를 하다가 동태가 되기 쉽상.

내 방의 유일한 자랑거리는 조망이다.
창문을 기준으로 좌우로 도합 180도, 가깝게는 앞집 옥상부터 멀게는 개천 너머의 하월곡2동 주거지구좌중간에 위치한 장암교회는 간지! 좌측으로는 다수의 종청이 포진되있으리라 추정되는 SK아파트가 보인다.

cost : 무료
best day : 바람이 선선히 불어재끼는 날, 소나기가 내린 직후, 눈이 오는 날, 누군가에게 전화할 때 
with ? : 시원한 이온음료
p.s : 옥상에서는 360도 파노라마 감상 가능 
                                                                                                                                                                                                                                      2009.5.20 writen  by 김종선



정관정과 종암성당 사이에 위치하는 직선 골목길은 사실 묘한 경계선을 이루고 있다.
밀집돼있는 빌라촌과 2층 이상의 아기자기한 정원이 딸린 주택단지가 그것.
외출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면 (시장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이 골목길을 통해 도로변으로 나오는데, 봄이면 목련이나 벚꽃의 색감이나 향기가 보행자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덤으로 이따금씩 지저귀는 새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려보면 죄다 주택단지의 미목(美木)에 둥지를 틀고 있으니...

뜬금없지만 종암동의 beauiful street를 고려해보자면(순위가 아니다)

1) 사대부중고길
2) 길음역 가는길 (돈암동 삼성아파트?)
3) There there

창문을 열면 정확히 왼편에 3층짜리 고급 정원주택이 보이는데
골프와 헬스시설을 갖춘 꽤나 부유해 보이는 집이다(물론 사장님 나이샷 - 이런건 들을 수 없다) - '지역 유지일까?'

재개발 風이 종암동에 들이닥치더니, 반평생 익숙해있던 풍경들은 이제 이주 노동자들으로 현장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허름한 단층주택단지, 찌린내 풍기는 비좁은 골목길, 18금tic 낙서가 그득한 벽들, 판자집, 구식 이발관(비키니 그녀들의 달력이 꼭 있어야함), 점집 etc

 - 형용사_종암동스런(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종암동편 - 건축 용어 中)

그런데, 왠지 골목길 저편의 주택들은 風에도 끄떡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골목, 그것은 빈부의 경계선이요 타자화의 경계선이던가?
                                                                                                                                                                                                                                     2009.5.21 writen by 김종선


덧 : 일단 패스포트 까페에 있는걸 약간 추려서 이사시킬겁니다. 이사가 완료되고 계속 연재해야죠ㅎㅎ
이사작업과 함께 실크로드를 계속 쓸려 그랬는데 편집장 J가 교토여행기 연재를 제안하는 바람에 고민에 휩쌓였습니다. 연재방식에 대한 고민이랄까요. 릴레이 소설처럼 서로 한편씩 엇갈려서 써보는게 꽤 흥미로울 듯 한데, J군의 생각은 어떠한지?

요약해보죠.
1) 폐허순례기 이사 및 연재
2) 실크로드 연재
3) 교토여행기 연재
뭐 이렇게 많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