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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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프르 공항 스타벅스에서 미네랄 워터를 산 후 하루의 반을 가깝게 공항에 있었다. 꼬들꼬들한 인도네시아 쌀로 조리한 볶음밥과 치킨과 콜라가 곁들여진 식사를 했다. 한국에서 금방 날라온 다른 일행 팀은 촉촉한 한국 쌀밥 같은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버쩍 마른 하루 지난 치킨 같은 몸으로 암스테르담 행 비행기 MH편에 탑승했다. 오렌지 색 배낭에서 Message 바이블과 김경주의 여행 산문집을 꺼내 좌석 앞에 있는 주머니에 접어 넣고 Canon 300D를 꺼내 들었다.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카메라를 꺼내 몇 장씩 찍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표지 같은 사진 (기내에서 바라본 창문과 창문 밖의 구름이라든지 보잉기 날개가 함께 찍힌 사진)과 기내식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이때 비행기가 한창 동유럽 상공을 떠있을 때에나 말을 섞게 된 옆 좌석의 두바이로 가는 한국인 사업자 분이 설익은 행동을 하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던 것 같다.
말레이시안 항공은 진득한 원색적인 느낌이었다. 알록달록한 좌석도 그러했고, 까무잡잡한 남성 스튜어드의 강렬한 미소도, 짙은 향신료 냄새가 나는 공기와 높은 하늘에서 다시 한번 맛보는 말레이시아 볶음밥과 치킨도 아프리카의 그것만큼이나 내게는 강렬한 원시성으로 다가왔다. 나는 비행기를 탈 때면 으레 애플 주스를 시키곤 하는데 내가 처음으로 구름 위에서 마셨던 음료가 애플 주스였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후쿠오카 행 비행기 안에 있었는데 스튜어디스는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하고 그만 일본어로 내게 어떤 음료를 원하냐는 질문을 했던 것이다. 나는 재치있게 어쩌면 능청스럽게 링고-주-스 라고 발음했고 애플 주스 (내 기억으로 그것은 APPLE 100이라는 주스였다.)를 받아 먹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날 먹었던 애플 주스는 기이하게도 어쩌면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맛보았던 애플 주스였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애플 주스가 이다지 맛있는지 몰랐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치자면, 내가 애플 주스의 딜리셔스함을 처음 지각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으므로, 내가 전에 사과 주스를 먹었다손 치더라도, 나의 첫번째 애플 주스는 한국과 일본 사이 애매한 영공에서 마셨던 그 애플주스가 되야 하는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하늘 위에서는 항상 애플 주스를 마시곤 한다.
애플 주스를 마시고 나는 약간의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었던 것 같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두 번째 기내식이 나오고 있었고 비행기는 폴란드의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내 의식이 저녁과도 같은 경계에 놓여 있을 때 나는 Air sickness bag에 볼펜으로 내 무의식들을 게워내었다. 그리고 입국 심사 카드를 작성하고 있을 때 비행기는 독일 위를 지나고 있었다.